학부모와 출판사의 니즈가 만난 장르, 학습만화
학습만화가 쏟아져나오고 있는 요즘입니다. 왜 그럴까요? 유튜브 숏츠나 틱톡에 익숙한 젊은 세대 아니 더 어린 초등학생들까지도 많아지고 있기 때문일겁니다. 호흡이 긴 책은 읽기 어렵고 재미도 없는데 티비나 게임은 못하게 해도 학습만화는 부모님이 허락해주기 때문일겁니다.
[공부머리 독서법]의 저자 최승필 작가님은 학습만화는 어떻게든 책을 읽게 하고 싶은 부모와, 어떻게든 책을 팔고 싶은 출판사의 니즈가 맞아 떨어져 생긴 장르라고 말씀하십니다. 정말 그렇죠? 아이가 그냥 만화책을 보고 있으면 잔소리를 할 것 같은데, 그래도 만화를 통해 학습적인 면을 익히거나 흥미를 가지게 된다면 허용이 되잖아요.
학습만화 문해력 향상에 도움이 될까?
저 역시 학습만화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 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최승필 작가님은 학습만화는 긴 호흡을 가지고 책을 읽어내고 이해하는 문해력을 기르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씀하십니다. 학습만화도 물론 나름이긴 하지만, 읽다보면 짧은 단어나 문장들이 주를 이룹니다. 게다가 담고있는 지식은 조금이고 흥미위주의 줄거리가 이야기의 대부분을 이끌어 나갑니다. 결론을 말하자면 문해력 향상에 주안점을 둔다면 학습만화는 가급적 지양하는 것이 좋습니다.
읽기 독립, 독서습관이 확립된 아이는 괜찮다.(단, 자극적이거나 좋지 않은 표현이 난무한 만화는 배제)
그리고 아이의 독서수준에 따라서도 허용범위가 달라질 것입니다. 독서습관이 잡힌 아이들은 조금씩 허용해줘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집 아이들을 보면 둘의 문해력은 꽤나 차이가 납니다. 첫째는 활자중독 수준으로 책들을 읽어나갑니다. 어른들이 보는 두꺼운 책도 함께 보기도 합니다. 그런데 둘째는 연년생이지만 여전히 글밥이 많은 그림책도 부담스러워 합니다. 독서습관이 확립된 첫째는 학습만화를 보더라도 잠깐 보고 빠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둘째는 학습만화를 보면 그것만 보려고 합니다. 다른 책으로 확장이 잘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억지로 막아야 할까요?
저는 학습만화도 줄거리나 등장인물의 대사를 보고 허용여부를 결정합니다. 처음에는 딱히 따지지 않고 허용해줬어요. 자주 보는게 아니고 가끔 즐기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아이들이 보는 학습만화를 읽어보니 너무나 자극적인 스토리에 중독성도 강하더라고요. 그리고 주인공들이 나누는 대사가..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유행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아이들 언어습관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그 만화는 안보는게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다른 재미있는 것을 보는게 어떻겠냐고 회유?했어요. 다행히 아이들은 크게 집착하지는 않더라고요. 그렇게 한 고비는 넘었습니다.
그런데 둘째가 자꾸 학습만화를 보려고 하는 겁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제가 내용과 대사를 보고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 같은 것들 두어개를 골라서 추천해줬습니다. 다행히 제가 추천해준 것도 잘 보더라고요. 그러나 학습만화만 보고 책을 안보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여전히 남아있었습니다.
독서습관 확립 전이라도 내용을 이야기하도록 하면 괜찮다 (키워드 찾기, 핵심문장 요약하기)
그 때, [트리비움 일상수업]의 저자 장대은 작가님의 말씀을 듣게 되었습니다. 작가님의 딸도 책을 잘 읽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억지로 읽게 하면 부작용이 크기에 그냥 두셨다고 해요. 딸은 학습만화 시리즈를 좋아해서 계속 반복해 읽었다고 합니다. 목사님이 그래서 생각해낸 방법이 학습만화를 읽고나서 이야기를 시켰다고 해요. 학습만화에 나오는 단어들도 키워드 중심으로 체크하고, 읽고 난 후에는 자신의 언어로 이해한 것을 이야기를 시키는 훈련을 상당기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좀 더 커서 아이가 책을 읽고 글을 잘 쓰고 싶다는 동기부여가 되자 원래부터 책을 읽으며 글을 쓰는 훈련을 했던 아이들을 금방 따라잡았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학습만화만 봤더라도 그 안에서 어휘력을 키우고, 핵심단어를 찾고, 중심내용을 이야기하는 훈련을 통해서 책을 많이 읽어온 아이들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는 말입니다. 말로 이야기하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말로 정리해서 내뱉으려면 머릿속에서 본 내용을 구조화하고 정리, 요약해서 자신의 말로 내뱉을 수 있어야 하거든요. 적절한 단어도 바탕이 되어야 하고요. 저의 경우 말을 잘 하고 싶어서 글쓰기부터 연습했던 케이스인데, 작가님의 딸은 이야기하기를 통해 글쓰기에 통달하게 된 케이스입니다. 그리고 주위에 책을 많이 읽는 아이들을 두니 자연스럽게 책 읽고 글을 쓰고자 하는 동기부여가 생겼다고 합니다.(작가님은 목사님이기도 하시고 아이들에게 독서수업을 하고 계십니다) 아무튼 작가님의 이야기로부터 많은 인사이트를 얻었습니다. 무조건 안돼보다는 여러가지 방법을 찾고 적용해보면서 결국엔 독서가 습관이 될 수 있게 도와주는 부모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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