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좋아해서 많이 읽는 편입니다. 처음 책에 빠졌던 때가 기억납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이었는데, 부모님이 사주신 세계문학 전집을 엄청 좋아해서 반복해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읽고 엄마에게 달려가 이야기를 하던 것도 기억이 나요.
그리고 초등학교 3학년 때, 본격적으로 공부를 하고 싶다며 학습지를 사달라고 한 기억도 납니다. 그리고 어떻게 되었을까요? 학습지는 제대로 끝내지 못했습니다. 혼자서 끝낼 역량은 안 됐던 것 같아요. 그리고 텔레비전을 많이 보기 시작한 것도 기억납니다. 책과 완전히 멀어지진 않았지만 책과 전처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진 못했어요.
그래도 여전히 책을 좋아하는 편이었습니다. 중학교 때 수요일이던가 하루정도 아침에 책을 읽는 시간이 있었어요. 음악도 흘러나왔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학교에서 꽤나 앞서가는 정책을 펼쳤던 것 같은데ㅋ 어쨌거나 그 시간이 참 좋았습니다. 그때 음악과 함께 읽었던 제인에어는 여전히 기억 속에 깊이 남아 있습니다.
저는 공부를 죽어라 하는 아이는 아니었어요. 수업시간에도 잘 졸았고, 노트필기도 막 집중해서 하지 못했습니다. 수업시간에 창밖을 보며 딴생각한 적도 많았어요. 그래도 늘 국어와 영어 성적이 좋았습니다. 나중에서야 알았던 것 같아요. 공부한 시간에 비해 성적이 잘 나왔던 이유가 문해력 때문이구나. 책을 많이 읽어서 그랬구나 하고 말이죠.
지금은 그때보다도 더 많은 책을 읽고 있습니다. 전에는 문학책 위주로 읽었다면 지금은 실용서 위주로 많이 읽고 있어요. 빠르게 지식을 습득하고 실천하기 위해서는 실용서가 좋습니다. 그러나 문해력 전반에 대한 실력을 높이려면 문학책과 인문학 서적 등을 두루두루 읽어야 합니다. 균형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러나 지식을 습득하기 위한 독서라도 문학적 표현이 훌륭한 책들이 있습니다. 그런 책을 선택해야겠죠. 저는 코스모스를 읽으면서 그걸 느꼈습니다. 과학책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도 있구나 하고요. 물론 거기 나오는 과학적 사실을 제대로 이해하면서 본 것 같진 않지만 아름다운 표현에 감동하며 봤던 기억이 납니다.
살아있는 책과의 관계 맺기
샬롯 메이슨이라는 아이들 교육 전문가는 아이들에게 '살아있는 책'을 읽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책이라고 다 좋은 책은 아닙니다. 아이들에게 시시껄렁한 농담이 잔뜩 섞인 학습만화보다는 문장이 아름답고 재미가 있으면서도 깨달음을 줄 수 있는 책들이 좋겠죠. 샬롯 메이슨은 아이들이 배움에 대한 열정이 지속되고 깊이 빠져들 수 있으려면 책과 혹은 저자와의 깊은 관계 맺기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바로 살아있는 책들이 그런 관계 맺기에 큰 도움이 됩니다. 케네스 그레이엄의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은 재미도 있고 문학적 표현도 풍부한 살아있는 책입니다. 최재천 박사님의 '어린이 개미 이야기 시리즈'도 그렇습니다. 개미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삽화까지 있어 아이들에게 개미와 깊은 관계를 맺도록 도와줍니다. 베르나르베르베르 작가님의 개미도 같이 읽으면 더 좋겠죠.
읽기가 지능을 높이는 이유
콩나물선생님으로 유명한 전병규 작가님의 '문해력 수업'에는 읽기의 유익한 점이 많이 나와 있습니다. 지능이 낮은 아이들이 읽기를 통해 지능이 높이 올라가기도 하고, 읽기를 통해 산만함이 많이 줄어들기도 합니다. 외국어를 배우는 것도 해당 수업을 듣거나 외국에 사는 것보다 외국어로 된 책 읽기를 통해 언어를 더 잘 배울 수 있다고 합니다. 쓰기는 어떨까요? 많이 쓴 아이들보다 많이 읽은 아이들이 더 잘 쓴다고 합니다.
읽기는 단순히 문자를 읽어나가는 행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읽으면서 단어나 문맥에 대한 추론이 일어나야 하고, 저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우리의 DNA에는 문해력 능력이 없습니다. 태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말을 하게 되는 것과는 다르죠. 읽기는 후천적으로 습득해야 하는 능력입니다. 그래서 읽기를 하기 위해서 뇌는 분업과 협업을 한다고 합니다. 문자를 보고, 소리로 바꾸고, 소리를 의미로 바꾸고, 의미를 감정과 생각으로 바꾸는 네 가지 일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두뇌의 여러 분야를 이용하게 되고, 지능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읽기를 할 때 악기를 배우거나 저글링을 배우는 것보다 훨씬 넓은 부위의 뇌를 사용하게 된다고 합니다. 읽기가 지능을 높일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문해력의 적들
아쉽게도 우리나라의 문해력을 계속해서 떨어지는 추세라고 합니다. 문맹이 거의 없을 정도로 글을 아는 사람이 대다수인 나라는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문해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디지털 문화 때문입니다.
길을 가다 보면 아이들이 핸드폰을 보며 가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게임을 하기도 하고 숏폼이라고 하는 짤막한 영상들을 보기도 합니다. 저도 유튜브 숏츠를 본 경험이 있어 알지만 정말 개미지옥 같은 곳입니다. 그래서 저는 아예 유튜브 앱을 지우기도 하고 접속하지 않음으로써 그걸 끊어냈지만 아이들에겐 더욱 쉽지 않겠죠.
그리고 책과 인터넷 글 읽기는 다릅니다. 보통 인터넷으로 글을 보면 스캔을 합니다. 좌우로 이어지는 글 읽기를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게다가 인터넷 글은 중간중간에 광고 등 방해요인이 많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핸드폰을 사주지 않았습니다. 언제 사줄 것인가 고민이 되긴 하지만 적어도 중학생이 되기 전까지는 사줄 마음이 없습니다. 그 폐해를 제가 잘 알기 때문입니다.
책육아로 유명한 지랄발광 하은맘의 저자인 김선미 작가님은 아이가 고등학교 시절인가 한 번 핸드폰을 사준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때부터 지옥이 열렸다고 해요. 책을 그렇게 좋아하던 아이가 핸드폰 보며 멍 때리는 시간이 늘어나고 혼내고 이런 시간들이 반복되면서 결단을 내렸다고 합니다. 자신도 아이도 핸드폰을 없애는 걸로요. 그렇게 없애자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대학 입학 후에 갖고 싶어 했던 아이폰이며 아이패드며 다 사줬다고 합니다. 적어도 성인이 되어서는 어느 정도 자기 절제가 가능하다고 본 것이겠죠. 아이들의 디지털 사용에 대해 어느 정도 부모가 관여할 필요가 있습니다.
책 읽기의 쓸모는 너무나 큽니다. 문해력이 올라가면 성적도 올라가기 수월하고(성적 때문에 문해력을 향상하자는 건 아니지만) 모든 방면의 배움에서 유리합니다. 아이가 스스로 자발적으로 읽을 수 있도록 재미있으면서 좋은 책들을 접하게 해 주고, 거실을 책들로 둘러싸이게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좋겠죠. 기왕이면 부모님이 책 읽는 모습을 계속 보여주시는 게 훨씬 좋고요. 아무리 책을 읽는 게 좋다고 이야기한들 아이들이 찾아서 읽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책 읽는 문화를 가족문화로 만들어야 합니다. 환경도 그렇게 바꿔나가고, 흥미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아이의 관심사를 파악해 그것과 깊이 관계 맺을 수 있는 책들을 읽게 해 주시는 것도 좋겠죠. 문해력을 키우고 스스로 배움을 추구하는 아이가 되도록 도와주는 것, 책을 평생의 친구로 두게 만들어 주는 것이 아이들 어릴 때 부모가 꼭 해줘야 하는 일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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